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 사건들이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폐쇄된 북한 사회의 특성상 우리는 알기 쉽지 않습니다.
제한된 정보의 출처 또한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북한의 속사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자료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북조선실록'이란 이름으로 2018년부터 간행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북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사료집입니다.
최근 무려 200번째 사료집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그 뒤에는 한 학자의 집념이 있었다고 합니다.
'북조선 실록'이 만들어지는 연구소를 장예진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북한학을 연구하는 한 대학의 자료실입니다.
이곳은 북한 관련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는 특수자료실인데요.
이곳에 200권째 발간된 실록이 있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 북한 관련 자료를 보려면 특별한 절차가 필요한데요.
이용자 명부에 신원을 기재해야 자료실에 출입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서가 한편의 책장을 가득 채운 '북조선실록'이 눈에 띕니다.
어떤 책들일까요.
[박현정/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사서 : "'북조선실록'은 북에서 발행한 신문, 출판물 등의 기본 자료를 하루 단위로 정리해 놓은 북한계 조선왕조실록과 같습니다."]
북한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주로 찾는다는 북조선실록.
냉전 초기 소련과 북한 사이의 관계를 연구 중인 김연희 교수에게도 꼭 필요한 자료라고 합니다.
[김연희/경남대 초빙연구위원‧하와이대학 연구원 : "저는 지금 북조선 실록을 보고 있는데요. 냉전 시기 소련과 북한 간의 대화와 관련된 전단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들은 외국 학자들이 현재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북조선실록에는 북한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모인 각종 사료들이 총망라돼 있는데요.
책에는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북녘땅의 역사적 사실들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북조선실록은 20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18년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올해 7월 200번째 책이 출판됐습니다.
책을 집필한 김광운 교수의 작업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1945년 8월 15일 1권이 시작돼서 200권에 이르면 1957년 4월 17일에 끝났습니다. 그리고 201권부터 계속 작업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료집 한 권의 평균 분량은 800쪽, 글자 수만 98만 자에 달합니다.
200권 전체의 글자 수는 대략 1억 9천6백만 자로, '조선왕조실록' 한글 번역본을 넘어선 분량입니다.
'노동신문'과 같은 북한의 주요 기관지와 분야별 잡지, 외교문서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한 자료를 연대순으로 정리했는데요.
여기엔 중요한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신문사들의 기사들이 수록돼 있잖아요.) 원칙이 하나 있는데요. 소장처라든가 발행 주체가 불분명한 것은 싣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북조선실록을 통해 북한의 역사적 사실도 하나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역사입니다.
[조선중앙TV : "주체95. 2006년 10월 9일 지하 핵시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북조선실록 191권에는 1950년대 북한의 핵 연구 과정이 기록됐습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과학기술자들을 (소련) 연합핵 연구소에 파견을 해서 함께 활동했다는 (기사입니다.) 그래서 초기 북한에 있어서의 핵 연구 접근이 어떠했었는가를 보여주는 기사가 되겠습니다."]
또 다른 실록에선, 현재 북한이 선전하는 사실과 전혀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일성 생가로 알려진 만경대.
북에서 혁명의 성지로 떠받드는 곳이기도 한데요.
[조선중앙TV : "위인의 생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박하고 수수한 초가집입니다."]
하지만 1946년, 소설가 한설야가 묘사한 생가는 현재와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생가가 만경대 초가집이 아니었나요?) 새 기와집이라고 돼 있는 거죠. 이들이 초가집을 내세운 것은 기본적으로 김일성도 가난한 노동자, 농민과 함께하는 기본 계급 출신이었다는 걸 설명 해주기 위했던 거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이렇게 전혀 엉뚱하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주일 내내 작업에 매진한다는 김광운 교수.
한국사를 전공한 김 교수가 북한 사료집을 편찬하게 된 데에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전쟁 시기에 미군들이 획득한 자료들을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레코드 그룹 242번, 북한 노획 문서인데, 그걸 보면서 저희는 깜짝 놀랐던 거죠. 이 북한 자료들을 우리도 모아야 되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문서를 수집하고 정리해 나가며, 북조선실록이 통일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으면 사실은 그런 (분단) 갈등이 완화가 될 수 있습니다. 통일 한국을 만드는 한 부분에 기초 작업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광운 교수는 북조선실록이 북한에 대한 불확실한 정보를 바로잡는 등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러기 위해 방대한 사료를 모으고 정리해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주위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북조선실록의 편집 작업실.
다섯 명의 편집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박민주/북조선실록 편집팀장 :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 건가요?) 북한에서 출판한 신문 자료를 모아서 일자별로 다시 재편집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AI의 도움도 받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엉터리 가짜(정보)들도 요새는 많이 다닌다. 그러니까 이런 1차 문서들을 볼 때는 진위 여부를 가려야 되는 그런 문제들도 사실은 있습니다."]
북조선실록 편찬 작업은 뜻을 모은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저희 책을 함께 만들고 있는 출판사를 가고 있는 길입니다."]
출판 작업과 함께, 북조선실록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돕고 있다는 윤관백 대표.
무엇보다 북조선실록이 가지는 의미에 공감했다고 합니다.
[윤관백/출판사 대표 : "(북조선실록이) 우리나라 현대사에 큰 업적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출판업계가) 아주 어렵지만 흔쾌히 같이 동참해서 하자라고 답변을 드린 겁니다."]
집필가의 집념을 발휘해, 언젠가 다가올 통일시대까지 북조선실록의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김광운 교수.
[김광운/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석좌교수 : "통일이 되면 다시 역사는 새롭게 쓰이겠죠. 그때 저희 북조선실록이 새로운 통일 실록을 쓸 때 기초 재료로 활용됐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북조선실록 글자 하나하나에 새겨진 남다른 노력과 열정이, 통일실록이라는 결실로 열매 맺게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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