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포시장에도 봄날은 온다
부산 북구 구포동에 위치한 구포시장.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이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니 만큼 한 곳에서 30년 이상 장사를 하는 상인들도 많다. 37년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채소전을 운영하고 있는 박재련 할머니. 그녀에게 구포시장은 봄날 같던 청춘을 오롯이 함께한 삶의 터전이다. 또 구포시장은 상설시장과 5일장이 함께 열리는 도심 속 5일장으로 이름나 있다. 매달 3·8일에 장이 서면 김해·양산·밀양·창원뿐만 아니라 멀리 경북·전남 지역 상인들도 모여든다. 장날이 되면 4만 명이 넘는 이용객으로 시장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장날의 진정한 주인공은 시장 인근 주택가 골목 구석구석까지 난전을 펼치는 할머니 장꾼들이다. 계절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봄날 장터의 풍경과 함께한 3일이다.
■ 정(情)으로 사는 사람들
며느리와 함께 채소 가게를 운영 중인 남필순(68)씨. 6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며느리 태아전다(28)씨와 처음에는 말이 통하지 않아 말을 건네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말벗이 되어 서로 시장에서 의지하며 같이 일하고 있다. 장사만 잘 되면 힘들어도 즐겁다는 태아전다(28)씨. 어머니께 배운 노하우 덕에 어느덧 채소 파는 데에 자신감이 생겨 장사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서로를 북돋으며 고부간의 정을 나누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40년 동안 장모님이 운영한 채소가게를 부인과 함께 운영 중인 강병철씨. 그는 16살에 만난 아내에게 첫눈에 반해 24살에 결혼한 후 15년째 구포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고 있다. 하루 수면 시간 4-5시간. 새벽 3시부터 일을 시작해 하루 평균 4톤 이상의 채소를 실어 나르는 고된 노동이다. 그래도 이 일을 웃으며 할 수 있는 건 가족 간의 믿음과 배려 덕분이다.
■ 도심 속 5일장, 구포장날
5일장이 열리는 날, 이른 아침부터 구포시장은 시끌벅적하다. 텃밭에서 키운 것부터 산과 들에서 뜯어온 봄나물까지, 할머니들이 이고지고 온 초록 채소들은 장날의 생기를 더한다. 난전을 펼친 자리에는 특별한 표시가 없지만 몇 십 년 동안 할머니들과 함께한 자신의 자리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약초골목 언저리부터 보부상 할머니들이 펼친 난전은 골목골목 새끼를 치듯 인근 주택가까지 이어진다. 그러다보면 주택가의 주민들은 불편하기도 하련만 골목의 장꾼 할머니들과 이런 저런 수다로 하루를 보낸다. 이런 정다운 마음 덕에 이 곳 사람들의 웃음은 겨우내 지친 사람들의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는 봄나물처럼 싱그럽다.
다큐멘터리 3일 [봄맛 - 부산 구포시장 72시간] 20140330
#구포시장 #5일장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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