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은 작은 알을 하나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게 일반 달걀인데, 비교해 보면 크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죠. 이 달걀은 이른바 통일닭이 낳은 알입니다. 통일닭은 북한 토종닭과 남쪽의 토종닭을 합사해 만든 품종인데요. 이렇게 알이 작은 이유는 북한 토종닭의 유전적 특징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닭과 남한닭에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남북의 토종닭과 통일닭을 기르는 농가를 김옥영 리포터가 찾아가 봤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도심을 벗어나 경기도 남양주의 어느 농가에 도착했습니다.
따사로운 봄볕 아래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들이 마중을 나온 듯한데요.
이 농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특별한 닭들도 봄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이 닭들을 키우고 있는 이경용 대표를 만났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안녕하세요.)"]
농장에선 과연 어떤 닭들을 키우고 있을까요.
[이경용/양계장 대표 : "(여기는 어디인가요?) 북한 닭하고 남한 닭하고 합사해서 '통일닭'을 만드는 중입니다."]
이 농장에는 북한 닭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경용/양계장 대표 : "남한의 토종닭은 200마리, 북한의 토종닭은 300마리, 통일닭은 200마리가 있습니다."]
북한 닭들은 대체 어떻게 남한에 오게 되었을까요.
[문정진/한국토종닭협회장 : "북한 토종닭을 보존하는 이유는 남북한 회담을 2000년도에 했는데 그 기념으로 북한에서 개마고원에 있는 토종닭이라고 해서 답례품으로 이 토종닭을 우리나라에 선물로 줬습니다."]
2000년 남한에 자리 잡은 이 닭들은 꾸준히 번식해 현재 이 농장에는 300마리 정도 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 토종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생김새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북한 닭은 외형 면에서도 남쪽 토종닭과 구분된다고 합니다.
[송재문/양계장 부장 : "이건 완전히 우리나라 닭이에요. (이건 완전 대한민국 100% 닭. 그럼 100% 북한 닭도 있나요?) 저기 저거. 검은색 꼬리에 등허리에 빨갛고."]
이곳에선 이 닭들을 '개마고원 닭'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하루에 한 번 양계장의 문이 열리는 시간.
[송재문/양계장 부장 : "이제 방사시키려고 문을 여는 거예요. (방사를 얼마나 자주 하는 건가요?) 하루에 한 번씩 (방사)하면 (닭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해요. 문 열어 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닭들이 우르르 야외로 나옵니다.
어느새 지붕 위에 올라간 녀석부터 거침없이 날갯짓을 하는 닭까지.
자유분방한 닭들의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북한 닭의 특성이 다양하다고 합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 "얘네가 한국에서 키우는 닭들에 비해서 야생성이 강하죠. 야생에 있는 다른 천적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해서 뛰는 거 보다 날기를 더 좋아하는 그런 특징들이 있습니다."]
탈북민이자 북한의 농축산 전문가인 조충희 박사가 북한 닭을 한눈에 알아보았는데요.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 "(북한에서 이 닭들 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그렇죠. 북한에서는 이 닭 자주 봤고요. 제가 양강도나 함경도 쪽에 출장 가면 농촌에 가면 우정이라고 이 닭 한 마리씩 잡아먹고."]
이곳에서 조 박사가 확인한 북한 닭은 모두 두 종류입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 "제가 봤을 때는 양강도 신파 지역에서 사육되는 '신파닭'과 그다음에 함경북도, 함경남도 지역에서 사육되는 '함주조선닭'하고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함주조선닭과 신파닭은 모두 북한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곳의 함주조선닭은 얼룩지거나 붉은 갈색 털과, 작고 곧추선 볏을 가진 게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신파닭은 어떤 모습일까요.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 "저게 신파닭. 푸른빛을 띤 검은색. 볏도 약간 거무스레하고 약간 검은색 바탕이 나오는 애들이 저거고 특히 (신파닭은) 많이 날기는 하는데 깃이 짧아요. 날개가 크지 않고 좀 짧지만 많이 나는 그런 특징들도 있고."]
작은 몸집에 부리도 검은 빛을 띄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파닭은 개마고원에 위치한 양강도의 김정숙군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길러오던 토종닭이라고 합니다.
탄력 있는 육질로 고기의 맛이 좋고 추위를 잘 견디는 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충희/북한학 박사/탈북민 : "우선 추위에 강하고요. 그다음에 열악한 환경에 굉장히 강합니다. 그래서 낮은 온도에서 특히 겨울에도 계속 알을 낳는 그런 특징이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질병 저항성도 강하고…"]
마침, 풀밭에 떨어진 달걀 하나를 발견합니다.
["알 아닌가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이 달걀.
북한 닭의 체구만큼 알의 크기도 작았는데요.
["북한 토종닭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해요. (사이즈(크기)가 작은 게요?) 네, 사이즈가 작은 게. "]
4월부터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들은 농장에 새로운 활력을 주게 될 텐데요.
이경용 대표는 남북의 닭들이 한민족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동물이기에, 보전의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경용/양계장 대표 : "닭이 한 번 꼬끼오하면 새벽이 오지 않습니까. 우리 이 한반도에 그런 평화가 깃들 수 있는 상징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용 대표는 30여 년 동안 남한 재래 토종닭을 보존시켜 왔는데요.
이 대표는 남과 북의 닭으로 통일닭을 탄생시키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사육 환경과 먹이에 정성을 들여 토종닭을 보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송재문/양계장 부장 : "(사료에는 뭐가 들어가는 거예요?) 우선 배합사료, 난황분, 쌀가루, 미생물. (냄새가 안 나네요?) 이렇게 맡으면 향긋한 냄새가 나요. 미생물이 들어가서, 유산균, 효모, 바실러스균 세 가지 균이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이걸 먹이면 닭장에도 냄새가 안 나요."]
특히, 남북한의 토종닭을 합사해 '통일닭'을 만드는 작업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송재문/양계장 부장 : "이거는 통일닭이에요. 통일닭은 남북한 닭이 교잡돼서 만들어진 닭. 말 자체로 통일닭이라 이겁니다."]
통일닭에 거는 양계 농가의 기대감은 남다른데요.
[문정진/한국토종닭협회장 : "유전자원을 같이 교잡을 하게 되면 중간이 나옵니다. 그래서 추위에도 강하고 닭고기에 영양성분도 많이 있고 그렇게 되면 농장도 소득이 창출되고 또 소비자에게는 즐거움을 더 드릴 수 있는 이런 품종으로 통일닭을 육성시키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이 통일닭에 담겨있다고 하는데요.
[이경용/양계장 대표 : "닭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평화와 함께 남북한이 하나 되는 바람을 갖고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땅에서 커가는 통일닭이 남과 북의 토종닭들과 함께, 한반도의 내일을 여는 힘찬 울림을 전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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