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80년 5월의 광주는, 한동안 금기의 영역이었습니다.
말할 수 없었고, 말해서는 안 될 감춰진 역사였죠.
그날로부터 16년이 지나 1996년 개봉한 영화 .
한 소녀의 눈으로 본 도청 앞 집단 발포와 고통의 순간을 정면으로 담았습니다.
5.18을 본격적으로 다뤄 널리 알려진 대중영화의 시작이었죠.
이후 진압군의 눈으로 광주를 바라본 과 시민군 최후의 순간까지를 담아낸 , <26년>, , 까지...
그날을 기억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31년 만에 복원돼 이번 주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80년대 5.18 민주화운동을 처음으로 다뤘다 상영 금지처분을 받고 필름을 빼앗겼던 영화, 김지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태극기를 들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이상한 청년.
["줄, 줄을 잘 서야 해. 본인은 대통령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나타나다보니 '칸트'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매일 이맘때쯤이면 나한테 와서 보고를 해."]
1980년 5.18 민주화 운동 시위에 참여했다 고문을 당해 미쳐버린 시민군의 모습입니다.
진압군에게도 그날의 기억은 참혹한 상흔으로 남았습니다.
["전...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군의 명령을 받고 소녀를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다 탈영한 병사도 삶이 송두리째 바뀝니다.
["죽음으로 당신들의 영전에서 사죄하나이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극장에 걸리지도 못하고 상영이 금지됐던 이 영화가 드디어 관객들을 만납니다.
당시 20대 청년이었던 배우가 흰머리가 내려 앉은 중년이 된 세월, 31년 만입니다.
[조선묵/배우 : "제 스물여섯, 스물여덟일 때의 얼굴을 (보게돼서) 감개가 무량하고..."]
기지촌 여성들에게 미군이 저지른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도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문제작입니다.
["만날 저 면상을 보려니 에휴 지겨워. (비극이죠)."]
역사적 비극을 피해자와 가해자 시선으로 그린 영화 두 편을 하나로 묶고, 올해 광주 망월동 모습까지 담아 완결성을 높였습니다.
감독은 이제야 빛을 보게 된 이 영화의 책무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김태영/감독 : "내가 총을 쏴서 죽였습니다. (이런) 양심선언은 하나도 없었어요 지금까지. 해야 된다는 거죠, 그 분들이..."]
KBS 뉴스 김지선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임동수/영상편집:안영아
Ещё виде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