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2일 (금) 방송
높은 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인해 매출 하락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기간 늘어난 빚에 이자 내기도 버거워진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추적60분》에서는 2024년 봄,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살펴봤다.
■ 모든 것을 뒤바꾼 코로나, 자영업자들은 빚더미에 올랐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서울 금천구의 한 목욕탕. 2019년 겨울, 손자인 박준우 씨가 목욕탕을 물려받으며 50년 된 목욕탕의 노후 시설을 고치기 위해 은행에서 9억 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코로나가 전국을 덮쳤고 다중이용시설인 목욕탕은 집합 금지 장소로 지정되어 수익이 곤두박질쳤다. 힘든 코로나는 끝났지만 9억 원의 빚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새 전기세는 43%나 올라 박 씨는 빚 갚을 길이 막막하다.
노래방 역시 코로나 기간 큰 피해를 봤던 업장이다. 안산에서 노래방을 하는 김명숙 씨는 코로나 시기 노래방 운영을 위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은 총 4,500만 원, 정부 지원 저금리라 받았지만, 만기가 되자 1.5%이던 이자는 3.7%로 크게 뛰었다. 결국 김 사장은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건설 현장까지 나가야 했다.
경남 양산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성낙훈 씨 역시 코로나 사태 전에는 월 매출 5,000만 원을 올렸지만, 코로나 기간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매달 500만 원의 적자가 났다. 가게 운영을 위해 대출을 받은 성 씨의 빚은 현재 3억 6천만 원에 달한다. 빚을 갚을 수 없어 개인회생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 변제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손실보상이라도 받게 해달라 말한다.
“지금이라도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해준다고 하면, 지금 채무의 30% 가까이는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중략)··· 우리가 피해를 그만큼 입었는데, 왜 적법한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인가요?”
- 식당 주인 성낙훈 씨 인터뷰 중
코로나 기간, 집합금지 명령으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 7월 7일 이후부터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 상반기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이에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로 빚더미에 올랐지만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며 손실보상금 소급적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폐업조차 쉽지 않은 현실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자영업자들의 마지막 선택지는 폐업이다. 폐업 시 영업 기간 납입한 금액과 이자를 돌려받는 ‘노란우산’ 지급 건수는 2019년 75,000건에서 2023년 111,000건으로 4년간 48%나 크게 증가했다. 날로 증가하는 폐업. 그러나 폐업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폐업 시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임대 이전의 모습으로 점포를 복구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폐업 소상공인을 위해 최대 250만 원의 점포 철거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철거비로는 한참 모자란다고 자영업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폐업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카페 위주였다가, 지금은 학원, 사무실, 각종 식당. 심지어는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철거업체 이호영 대표 인터뷰 중
자영업자들이 어렵사리 폐업했어도 그리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성남에서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식당과 호프집을 운영했던 이윤채 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크게 줄면서 2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 이 씨네 가족은 결국 폐업을 결정하고 새로운 식당을 준비 중이다. 자영업자들은 어렵게 폐업을 해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다시 힘든 자영업자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높은 이자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은행 이자 수익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상생금융’과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정책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 정책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 삼중고 속 신음하는 자영업자들, 그래도 살아야 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에서 2023년 1월 2.5%까지 올랐다. 금리가 오르고 물가도 함께 오르면서 고물가 현상은 자영업의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주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소비자 물가가 3.1% 오르는 동안 채소류 물가는 12.2% 올랐다고 한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의 수익도 줄었고 높은 물가와 외식비 탓에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울의 대표 상권 곳곳에서 공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자영업 폐업률이 가장 높다는 한국, 2022년 기준 3년 미만 폐업률은 39.5%라고 한다. 그럼에도 높은 임대료는 꺾이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많았을 때 임대료가 한참 올랐었어. 지금은 상권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임대인들은 여전히 그 시세를 받고 싶어 하는 거죠. 그래서 공실이 이렇게 있는 거예요.”
-공인중개사 인터뷰 중
코로나 사태의 위기를 견뎌 냈지만 감당하기 힘든 빚으로 무너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통해 2024년 봄,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실태와 이들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
《추적60분》 1360회 ‘폐업의 시대, 위기의 자영업자’ 편은 2024년 3월 22일 (금) 밤 10시, KBS1TV에서 방영된다.
Ещё виде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