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에서도 직장 내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선출직인 조합장이 인사권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가진 데다 내부 견제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엔 경기도의 한 지역 농협장이 무려 7년에 걸쳐 직원에게 자신의 별장 잡초를 깎으라고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정해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 김포의 한 농협 조합장과 직원 간 SNS 대화입니다.
조합장이 사진을 보내면서 "풀이 많더라"고 하자, 직원이 "확인하겠다"고 답합니다.
사진 속 장소는 조합장의 개인 별장입니다.
직원이 보낸 "예초 작업 마무리" 답변 8일 뒤, 조합장은 이번엔 "계단 잡풀을 베라"고 요구합니다.
조합장과 식품 담당 직원 A 씨 간의 이런 대화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졌습니다.
[김포 ○○농협 직원 A 씨/음성변조 : "처음에 밭을 갈아야 되는데 장비가 있냐, 있어 가지고 해보겠습니다(했는데) 해가 지날수록 풀 좀 깎을 수 있냐..."]
조합장의 부적절한 지시는 퇴근 후나 휴일을 가리지 않았고,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A 씨는 한 해에 많게는 10차례 정도 별장 관리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손 볼 곳이 많을 때는 연차까지 내고 별장에 갔고, A 씨의 가족도 투입됐습니다.
[김포 ○○농협 직원 A 씨 아버지/음성변조 : "'도와주세요' 그래서 간 거지. 돈을 주더라고. 조합장이 (돈을) 주는 줄 알았지. 알고 보니깐 아들이 다 냈더라고. 매년마다 갔어요."]
조합장의 장인상 때는 직원들이 '근무표'까지 짜서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전형적인 갑질이었지만 눈 밖에 났다가는 언제 잘릴지 몰라 7년간 묵묵히 견뎠다고 했습니다.
[김포 ○○농협 직원 A 씨/음성변조 : "인사라든지 찍혔다든지 그런 것들 때문에 이제 승진을 아예 안 시켜주는..."]
A 씨는 결국 지난 8월 국민신문고에 신고했고, 노동청과 농협중앙회는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최혜인/노무사 : "중소규모 사업장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조합장과 직원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가능성도 좀 더 큰 거죠."]
해당 조합장은 A 씨가 자발적으로 도와줘 놓고 자신과 사이가 틀어지자 비방하는 거라면서 갑질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 정준희/영상편집:송화인/CG:임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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